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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질문 방향의 전환
    Bull-shit🐶 2024. 4. 13. 23:52

    낯선 바람과의 조우

    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 덕분에 처음 발을 들이민 도시, 포항 

    호미곶에서 마주한 바람은 '남쪽이니까 더 따뜻하지 않을 까?'라는 생각을 단박에 날려버렸다. 

    군청색의 파도가 밀려들어 올 때마다 피어오르는 하얀색 기포들낯선 두려움에 뭍은 작은 설렘들과 같이 터져 나왔다. 

     

     

    전주곡: 슬며시 열어젖힌 귀 

     

    아카데미 첫날, 학창 시절 새 학기, 친구들과 처음 얼굴을 주고받은 날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같은 나이, 같은 머리, 같은 교복으로 만든 필름이 묶어 주었던 색과 달리

    어색한 공기가 모두를 짓 누르는 가운데에서도 새어 나온 각자의 색들은 모두 빛깔이 달랐다. 

    살면서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이렇게 많이 만난 것은 처음이었다.

    관성이 짙은 나에게 조금 힘에 부치기도 했지만 정말 좋은 기회이다. 오길 잘했다.

    다름을 하나로 칠하지 않고 관계 속에서 새로운 색을 만드는 공간이다.

     

    Prelude 전주곡, 아카데미에서 첫 주차는 앞으로 나아갈 여정에 필요한 준비물들을 챙기는 시간이었다. 

    근데 단순히 필요한 것들의 목록을 나열하고 이를 주머니에 쑤셔 넣기 바쁜 절차가 아니었다. 

    아카데미가 추구하는 가치와 개인의 생각을 연결하는 작업이 주를 이루었다. 

    예를 들어 세션이 진행되는 공간의 가치를 표현하는 각 키워드가 개인에게 주는 느낌을 정리할 시간을 주고 이를 주변 사람들과 나누며 앞으로 이 공간과 사람들의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 이야기하는 시간이 주어졌다. 

     

     답을 정해주지 않는다. 그저 계속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그것에 대해 생각하고 공유하며 연결을 만들어 나간다. 

     

     

     

     

    입춘 :  내가 기다린다는 봄, 왔으니 이번엔 놓지 말라고 

     

    MC1 , 처음 시작하는 프로젝트

    아직은 얼어붙은 날들, 굳은 몸뚱이, 애써 기지개를 켜며 봄을 맞이한다.

    새로운 환경에서 마주할 나를 기다리던 게 얼마 되지 않았는데,

    시작부터 움츠려 들려는 내 모습을 외면하던 와중에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들이 다시 고개를 내밀게 해 주었다.

     

    이전까지 어떠한 과제가 주어지면 가장 먼저 찾았던 것은 채점 기준표이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정답에 얼마나 근접할 수 있느냐?'이었다. 

    여기에서의 출발점은 팀원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가치를 찾는 것이었다. 

     

    처음 접한 이 과정에 대한 느낌은 "굳이 이렇게 까지 해야 되나"이었다. 빨리 결과를 향해 달려야 할 것 같은데 모두가 공감할 만한 Statement를 도출하는 과정이 너무도 까다롭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러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함께 고민하는 과정은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묻고, 더 많이 생각하는 지점의 연속이었다. 

     

    • Why에 대해서 팀원들 간 공유하는 답변은 계속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동력이다.
    • 같은 단어도 다른 의미를 갖는다. 바보가 되어 계속 묻자. 큰 울림은 공명으로부터 나온다. 
    • 스스로도 어렴풋이 형체만 있던 생각들은 상대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제 모습을 찾아간다. 
    • 공감하기 위해서는 솔직해야 한다. 솔직하기 위해서는 서로 듣고 있다는 상호 신뢰가 중요하다. 
    • 외부의 피드백은 팀원 간의 공유된 가치에 맥락을 부여하는 일이다.

     

     

    방향의 전환

    기술의 혁명은 방향의 전환을 일으킨다.

    뒤바뀐 흐름은 급류가 되어 모든 것의 변화를 강제한다. 

     

    기계의 등장은 생산의 방향을 바꾸었다. 

    손에서 방직기로 옮겨간 실타래, 생산의 주체에서 종속체로 전락한 인간은 

    상실을 물질로 채우기 시작했다.  소비로서 무언가 통제하고 있다는 감각을 유지하려 애쓴다.

     

    AI의 등장은 질문의 방향을 바꾸었다.

     

    이전까지 '무언가를 질문을 하는 행위는' 외부로부터 정보를 찾기 위함이었다. 

    질문의 방향이 바깥으로 향했다. 일반적인 정답을 끌고 오는 게 먼저다. 

     

    이제는 다르다. 내가 무슨 헛소리를 하든 (친절히?) 대답을 해주는 AI가 있다. 

    질문의 방향이 안쪽으로 향해야한다. 끓임없이 가속하는 세상속에서 나에 대한 정의가 되어야한다. 

     

    정답을 찾는게 너무도 쉬어졌고 우리는 이러한 것들에 금새 흥미를 잃는다.

    더 독창적인 물음은 결국 각 개인으로부터 기인한다. 

     

    그렇기에 함께해야한다. 객체는 차이로부터 의미를 부여한다.

    공간상의 다른 점들이 많을 수록 다양한 위치에 존재할 수 있다. 

    모두 서로에게 원점이 되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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