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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도 어둠속으로 뛰어든다.
    Bull-shit🐶 2022. 10. 7. 22:22

     

    낮동안 시간의 찰나를 놓치지 않으려 애썼던 안경을 내려놓고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매일 써도 콧잔등을 지그시 누르는 감촉은 통 익숙해지지 않는다. 

    내리는 불들은 모두 사그라들었지만 억지로 붙인 불들이 아직 꺼지지 않는 밤을 붙잡고 있다. 

    눈에 힘이 풀리고 찾아 들어오는 빛들이 줄어드니 오히려 더 잘 보이는 듯하다. 

    아무리 신경을 비추어도 보이지 않던 것들이 뇌와 눈 사이 어딘가에 떠다니고

    잡으려 하지 않으니 점점 색깔을 더해간다. 

     

     

    어렸을 적에는 어둠이 찾아오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시선 속에서 생각조차 하지 않던 것들이 불쑥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이었을까

    어느 순간부턴가 고맙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세상과의 사이에 잠시나마 거리를 주는 것이 

    어떠한 곳에 있어도 잘 걸러 주어 천천히 살피는 여유를 주는 것이

     

     

    세상에는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니 미지의 공포가 초연함으로 바뀌었다. 

    시간이 끓임 없이 부리는 변화라는 마법도 어쩌면 단지 마술에 불과하다는 생각도 어렴풋이 든다. 

    영원한 것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어쩌면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든다. 

      살아가는 데 전혀 쓸모없는 것 같은 생각들도 이곳에서는 허용이 된다. 

     

     

    나름 발버둥 쳤다고 축 저진 몸뚱이를 쥐어 끌고 뛰기 시작한다. 

    갑자기 종아리가 땅기고 무릎이 시큰하다. 

    몸이 그만하고 멈추라는 온갖 소리를 질러댄다. 

    정신이 몸의 입을 틀어막으며 계속해서 뛰니 소리는 발구름 속에 묻힌다. 

    세상 속에서 움츠려 있던 정신이 깨어나니 몸도 그만 체념하고 말을 듣기 시작한다. 

     

     

    정신이 몸을 지배하는지 몸이 정신을 지배하는지 여러 의견이 있지만

    둘은 상호관계 속에 놓여있는 것 같다. 

    그리고 달리기는 낮동안 깨져버린 둘의 균형을 조정하는 시간이다. 

    아무리 서로 원하는 것이 달라도 같은 사람에 묶여 있으니 어쩔 수 없다. 

    이 사이의 관계를 잘 정의해 나가는 과정이

    살아가는 데 있어 필요한 부분이며 또 정말 어려운 대목이다. 

     

     

    아무리 한숨을 쉬어도 나오지 않고

    다른 이에게 한탄을 해도 풀리지 않던 무언가가 

    허공을 파해치니 스쳐가는 바람결에 차가워진 머리와

    반복되는 박자에 점점 달가워져 가는 몸에서

    서서히 녹아 사라진다. 

     

     

    발걸음을 멈추니 심장이 마지막 찌꺼기까지 밀어내려 쿵쾅거린다. 

    몸은 무거워 졌지만 동시에 가벼워지기도 한다. 

    정신은 좁아졌지만 동시에 넓어지기도 한다. 

     

     

    하기 싫은 것에 대한 거부감과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설렘들이 

    내일을 맞이하기 위해 균형을 찾아간다.

     

     

    그렇게 즐겁지는 않아도 

    매일 밤 어둠속에 뛰어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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