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쟁이가 되어버린 코더들
🤔 당신의 코드는 안녕하신가요?
개발자에게 "우리 회사의 자산은 어떤 것들이 있지?"라고 묻는다면 다음과 같은 답변이 올 수 있습니다.
"우리가 만들고 있는 코드베이스 아닐까요?"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코드가 진짜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일까요?
손 때가 탄 코드에서 잠시 멀어져서 냉정하게 다시 따져보면.
사실 코드는 자산이 아니라 부채가 아닐까요?
📊 잠깐, 회계 얘기부터 해볼게요
"갑자기 뭔 회계?"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잠깐만 들어보세요. 우리도 결국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이니까요.
회계에서 말하는 자산과 부채를 간단히 말하면
자산이란? 앞으로 돈을 벌어다 줄 것들
- 현금, 건물, 장비, 특허 같은 것들
- 예를 들어 카페 에스프레소 머신 → 커피 만들어서 돈 벌어줌
부채란? 앞으로 돈을 내야 할 것들
- 대출, 미지급금, 월급 같은 것들
- 예를 들어 은행 대출 1억 → 매월 이자 100만원씩 내야 함
자, 그럼 여기서 다시 질문! 내가 짠 코드는 어디에 들어가야 할까요?
💻 보통은 코드를 자산으로 생각하죠
대부분 개발자들(저도 포함해서)은 코드를 자산으로 봐요. 이유도 명확하고요.
- 돈을 벌어다 줌: 내가 만든 시스템이 매일 매출 올려줌
- 재사용할 수 있음: 한 번 만든 API를 다른 프로젝트에서도 쓸 수 있음
- 경쟁력이 됨: 우리만의 코드 베이스가 경쟁사보다 효율적임
- 지적 재산: 특허도 낼 수 있고, 오픈소스로 명성도 쌓을 수 있음
코드가 돌아가며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에 대한 대가로 고객들로부터 돈을 벌죠. 그니까 "앞으로 돈을 벌어다줄 자산"으로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세상만사 그렇듯 다른 면도 항상 존재하죠.
😱 끝없는 유지보수라는 이자
사실 코드 한 줄 쓸때마다, 우리는 평생 이자를 내야 할 부채를 진 것과 다름 없어요.
은행에서 돈 빌리면 매월 이자 내야 하잖아요? 코드도 똑같아요.
매월 납부해야 할 '코드 이자'들
- 🐛 버그 수정비 : 데드라인에 쫓겨 급하게 만든 계산 로직에서 작은 실수 하나가 시스템 전체를 흔들어요. 고객들이 이상한 값을 보고 컴플레인을 넣고, 원인을 찾느라 밤새고, 긴급 패치 배포하느라 주말도 날아가죠. 게다가 이런 급한 수정은 또 다른 버그의 씨앗이 되곤 해요.
- 🔒 보안 패치비 : 예전에 편리하다고 가져다 쓴 외부 코드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보안 위험이 되어요. 해커들이 새로운 공격 방법을 찾아내면 우리도 따라서 막아야 하는데, 문제는 그 코드가 우리 시스템 곳곳에 깊숙이 박혀있다는 거예요. 업데이트하려고 하면 연결된 다른 부분들이 다 터져버리죠.
- 📚 의존성 관리비 : 우리가 사용하는 외부 도구들은 끊임없이 바뀌어요. 어떤 건 더 이상 지원하지 않겠다고 하고, 어떤 건 새 버전이 나오면서 기존 사용법이 완전히 달라져요. 마치 스마트폰 앱들이 업데이트되면서 사용법이 바뀌는 것처럼요. 문제는 우리 코드가 이 모든 변화를 따라가야 한다는 거예요.
- 🏗️ 환경 변화 대응비 : 코드가 돌아가는 환경도 계속 변해요. 서버 운영체제가 업데이트되고, 웹브라우저 정책이 바뀌고,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이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내죠. 마치 도로교통법이 바뀌면 운전자들이 적응해야 하는 것처럼, 우리 코드도 새로운 환경에 맞춰 계속 수정해야 해요.
코드에도 신용등급이 있어요
재밌는 건, 코드에도 신용등급이 있다는 거예요. 같은 기능을 만들어도 코드 품질에 따라 이자율이 완전히 달라져요.
🏆 우량 코드 (AAA 등급) - 이자율 5%
타입이 명확하고, 테스트가 완벽하고, 문서도 잘 되어 있는 결제 처리 시스템
→ 6개월 후에도 쉽게 수정 가능 → 월 유지보수: 개발 시간의 5%
💸 부실 코드 (D 등급) - 이자율 30%
a, b, c, d 같은 변수명에, 중복 로직 everywhere, 에러 처리도 없고, 테스트도 없고, 문서도 없는 결제 함수
→ 건드리면 다른 곳이 터짐 → 월 유지보수: 개발 시간의 30%
🤖 AI는 사채업자다.
요즘 ChatGPT, Glaude 같은 생성형 AI 서비스 덕분에 코딩이 정말 빨라졌죠? 몇 분만에 동작하는 코드를 뚝딱 만들어내요.
이제 혼자서도 무엇이든 만들 수 있을 것 같지만 세상에 꽁짜는 없죠...
AI 코드의 숨은 비용들
❌ 일단 돌아가긴 하는데... 구조가 복잡해요
❌ 최적화? 그게 뭔가요?
❌ 테스트와 문서는 선택사항
복잡성이 제곱이 되었어요
AI 덕분에 개발 속도가 n 배 빨라질때, 복잡성은 $n^2$으로 증가해요. 그 결과로
- 새 기능 추가하는데 예상보다 훨씬 오래 걸려요
- 버그 하나 고치면 다른 곳에서 세 개가 생겨요
- 시스템 전체를 이해하는 사람이 없어요
결국 "그냥 새로 만드는 게 빠르겠는데?" 단계에 도달하고 무한의 굴레에 빠져들어요.
💡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1. 코드 쓸 때도 대출 받는 마음으로
새 기능을 추가할 때마다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 월 유지보수 비용이 얼마나 늘어날까?
- 다른 사람이 이해하기 쉬울까?
- 6개월 후의 내가 고칠 수 있을까?
- 정말 꼭 필요한 기능일까?
2. 낮은 이자율 코드 만들기
우량 부채를 만드는 습관들
- 📝 의미 있는 변수명과 주석
- 🧪 테스트 코드 작성
- 🏗️ 단순하고 명확한 구조
- 📚 문서화
- 🔍 코드 리뷰
3. 정기적인 부채 상환
보이 스카우트 룰: 건드릴 때마다 조금씩 개선하기
- 함수 이름 더 명확하게 바꾸기
- 주석 추가하기
- 테스트 하나 더 만들기
- 안 쓰는 코드 정리하기
4. AI 현명하게 사용하기
- 프로토타이핑: AI가 최고! 빠르게 아이디어 검증할 때
- 프로덕션 코드: 신중하게. AI 코드를 그대로 쓰지 말고 꼭 다듬기
- 코드 리뷰: AI한테도 리뷰 받아보기
🎯 싸게 빌려서 많이 벌자!
코드를 부채의 관점으로 보는 게 비관적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예요.
은행에서 대출 받을 때 이자율 꼼꼼히 따져보는 사람이 현명한 사람이잖아요? 개발자도 마찬가지예요.
"이 코드를 짜면 앞으로 얼마나 비용이 들까?" 를 미리 생각하는 개발자가 현명한 개발자예요.
물론 코드가 수익을 만들어내는 것도 맞아요. 하지만 좋은 코드와 나쁜 코드의 차이는 이자율에 있어요.
좋은 개발자는 낮은 이자율로 오랫동안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주는 우량 부채를 만드는 사람이에요.